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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 왕언니’ 아나운서 때려치고 월매출 1억 5천 달성

    입력 : 2016.07.29 16:22

    아나운서 그만두고 시작한 사업
    지금은 익선동의 왕언니

    서울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 4번 출구를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좁은 골목이 하나 나온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곧 아기자기한 한옥마을이 펼쳐진다.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익선동 한옥마을이다.

    2년 전만 해도 익선동은 알려진 동네가 아니었다. 저렴한 월세를 찾아온 사람과 노인 몇 명이 주민의 전부였다. 뭘 하려고 해도 재개발 계획에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랬던 익선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작은 2014년 9월 오픈한 작은 다방. 젊은 여자 둘이 골목 제일 안쪽에 한옥을 개조해 다방을 낸 것이다. 처음엔 파리만 날렸지만, 곧 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렸다. 

    그녀들은 다방에 이어 다른 가게 2개를 더 오픈했다. 익선동에서 창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컨설팅도 제공한다. 텅 비었던 골목이 이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익선동 1세대이자 지금의 익선동을 있게 한  ‘익선다다’ 대표 박한아(31), 박지현(27)씨 이야기다. 

    ※인터뷰는 박한아씨와 진행하였습니다

    익선다다 사무실 앞에서 박한아, 박지현 공동대표 / 박한아씨 제공

    ◇ 익선동 거리를 만드는 사람들 ‘익선다다’

    - 익선다다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공공에 이로운 사업을 통해 이익을 만들어내자'는 뜻이에요. 저와 박지현(27) 아티스트가 공동대표고, 정직원은 10명 이에요. 익선동의 여러 가게를 운영하고 기획해요. 익선동에 창업하고 싶은 분들을 대상으로 컨설팅도 하고요.

    - 익선동은 어떻게 찾게 됐나요.
    원래 강남에서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옥 게스트 하우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한옥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면, 외국인이 우리나라 전통을 자연스레 경험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한옥들을 구경하고 다녔죠. 그러다 익선동을 발견했어요.

    익선동 / 잡아라잡

    -당시 익선동은 어땠나요?
    날 것 그대로 옛날 느낌이 났어요. 한옥마을로 유명한 서촌과는 분위기가 달랐어요. 서촌은 사람이 살면서 다듬어 온 동네잖아요. 하지만 익선동은 10년 동안 방치돼 있었어요. 서촌이 세련된 분위기라면, 익선동은 투박했죠.

    -그런데 터를 잡으셨네요.
    2014년 익선동 재개발 계획이 무산됐어요. 익선동 한옥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방침을 바꾼거에요. 뭔가를 시작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죠. 선점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 그대로 모습을 유지하면서 트렌디한 감성을 덧입혀보기로 했죠.

    -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2009년 제가 강남에서 쉐어하우스를 열 때 지현이가 실내 디자인을 해줬어요. 둘 다 도시 공간에 관심이 많았죠. 복고풍의 분위기를 좋아했고요. 짝짜꿍이 잘 맞았어요. 제가 처음 익선동을 발견했을 때, 지현이가 생각났어요. 지현이에게 익선동을 소개했고, 곧 의기투합했어요.

    - 의견 충돌은 없나요?
    저는 쉐어하우스 운영 경험을 살려 경영을 하고, 지현이는 설치미술공간 전공을 살려 디자인을 해요. 분야가 확실히 다르죠.  서로를 믿고 전혀 간섭하지 않으니 싸울 일이 없었어요. 

    아나운서를 접고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한 박한아씨/ 잡아라잡

    ◇ 아나운서 그만두고 시작한 사업

    익선다다의 시작은 ‘익동다방’이다. 현재 익선다다의 한 달 매출은 1억 5천만원에 이르지만, 처음엔 월세를 내기에도 빠듯했다. 그래도 광고는 일체 하지 않았다. 서서히 성장해야 동네가 훼손되지 않을거라는 생각에서다. 겨우 적자를 면하며 1년 동안 다방을 유지했다.

    - 힘드셨겠어요.
    익선동에 푹 빠져 힘들다고 푸념할 겨를도 없었어요. 계속 다른 아이템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 다방이 잘 안됐는데, 사업 확장할 엄두가 나던가요.
    가게가 많아야 골목이 살고, 골목이 살아나야 가게가 잘 되죠. 대기업 다니는 친구 10명을 익선동으로 초대했어요. 저희가 계획하고 있는 것과 익선동의 매력을 어필했죠. 두 명이 공감해줘서 적극적으로 투자했어요. 덕분에 가게를 늘릴 수 있었죠.

    열두달 / 잡아라잡

    -사업 확장할 때 불안하지 않으셨나요?
    익동다방에 와 본 분들은 꼭 다시 오셨어요. 익선동에 매력이 있다는 증거죠.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곧 사람들이 찾아올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뚝심이 어디서 나왔나요.
    바로 사업을 하지 않고 다양한 사회경험을 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사업하기 전에 지방의 작은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일했어요. 말이 아나운서지 취재하고, 잡일하고 다했죠. 그곳에서 이 악물고 버텼어요. 결국 내 길이 아닌것 같아 그만뒀지만요.  그 후 경제 분야 전문 법무법인에서 일했어요. 그 때 돈이 굴러가는 것을 보고, 사업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모험을 해야하는지 배웠어요. 이런 사회경험이 없었다면, 쉽게 포기했을 거에요.

    경양식 1920 / 잡아라잡

    익선다다는 2014년 개점한 ‘익선다방’을 시작으로, 작년 9월 ‘열두달’, 올해 1월 ‘경양식 1920’을 오픈했다. 컨셉을 생각하고 그에 적합한 매니저나 셰프를 섭외했다. 세 공간 모두 개성이 강한 이유다. 작년 9월에 오픈한 ‘열두달’은 7개의 브랜드가 입점한 레스토랑 편집숍이고, ‘경양식 1920’은 분홍색 벨벳소재의 의자와 하얀색 식탁보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 직원 아버님과 상담하다 시작된 컨설팅

    창업 컨설팅도 실적을 내고 있다. 복고풍의 ‘거북이 슈퍼’, 향 전문 카페 ‘프루스트’가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익선다다가 운영하는 가게들처럼 개성이 강하다. 거북이 슈퍼는 복고풍의 술집으로, 말린 황태가 유명하다. 프루스트는 테이블에 앉으면 독특한 향의 양초(가령 ‘독도향’) 를 켜준다.

    거북이 슈퍼와 프루스트 / 잡아라잡

    - 어떤 계기로 컨설팅을 시작했나요?
    2014년 저희 아르바이트 직원의 아버님이 직접 상담을 요청해 왔어요. 은퇴 하고 가게를 내려는데 마땅한 아이템이 없어 고민중인 아버님이셨어요. 상담 해드리는 과정에서 그 분이 영화 마니아란걸 알게 됐어요. 마침 익선동에 비디오방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여서, 비디오방을 제안해 드렸어요. '비디오타운'이란 이름으로 저희와 공동 기획을 했는데, 곧 오픈해요. 정년퇴직하신 분이 좋아하는 분야를 살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가게를 만든거라 뿌듯해요. 이후로 컨설팅을 계속하고 있어요.

    - 컨설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정해진 순서가 있는 건 아니에요. 미리 아이템을 구상하고 오시면 저희가 공간디자인을 도와드려요. 저희가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면서 컨셉을 잡는 경우도 있구요. 

    - 비용은요?
    기획을 전부 해드린 후 매출 일부를 로열티로 받습니다. 다만 침체된 골목을 살리자는 ‘도시 재생’,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을 지지하는 ‘소상 공인’에 동의하는 분에 한해서요. 그 두가지가 다다익선이 추구하는 가치거든요.

    익선동 / 플리커 제공

    ◇ 침체된 골목, 살리고 싶어요

    -익선동에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현재 운영하고 있는 가게는 다 요식업이에요. 그런데 식당만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스튜디오, 게임방, 게스트하우스 같은 다양한 공간을 구상 중이죠.

    -계속 익선동에 계실 건가요?
    익선동이 완전히 자리 잡으면 다른 곳으로 가려구요. 다른 죽어있는 동네를 사람 냄새 나는 곳으로 바꿔 봐야죠.

    -어디로 가실건데요?
    비밀이에요. 서울에 버려진 듯하지만, 매력 있는 동네들이 많아요. 그 중에 하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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