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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디저트집 창업, 7년 실패 끝 매출 250억 회사로 '대박'

    입력 : 2016.06.09 16:31

    케이크 전문점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
    케이크 한조각에 9000원, 그래도 불티나게 팔려
    21살에 창업, 10년 만에 직원 300명

    21살에 브런치 카페를 창업한 여대생은 7년간 적자에 허덕이며 실패를 경험했다. 아버지는 “더는 사업하지 말아라”며 딸의 창업을 막았다. 오기로 버틴 청년은 신개념 케이크를 개발해 국내 디저트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4년 5억원이던 매출이 2015년엔 137억원으로 뛰었다. 올해엔 매출 250억원, 순이익 25억원을 전망한다.

    직원 300여명이 일하는 회사 이름은 도레도레(DORE DORE). 프랑스어로 ‘금빛으로 물들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케이크(1조각당 7500~9000원)를 파는 수제케이크 프랜차이즈점을 창업한 김경하(31)씨 이야기다.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 /잡아라잡

    6월 1일 정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도레도레 매장. 15종류의 케이크를 파는 매장은 3층 높이에 200석 규모다.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이다. 평일 점심인데도 젊은 여성들로 북적였다.

    무지개색 모양의 ‘기분좋아 케이크’, 딸기가 송송 박혀있는 ‘고마워케이크’ 등 알록달록한 케이크가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200석이지만 주말이면 항상 가득 차요. 전국 매장 35곳에서 하루에 1500~2000판의 케이크가 팔려나갑니다.”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은 김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해요. 매달 20억원씩 매출이 나고 있어요. 갑자기 너무 ‘붐업’이 된 것 같아 걱정도 되고요.”

    ◇ 1조각에 9000원짜리 케이크 왜 팔리나

    도레도레는 판교 현대백화점·타임스퀘어·연남동 등 국내에 내로라하는 ‘핫 플레이스’에 진출했다. 브랜드 전문가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필요(need)가 아닌 욕구(want)를 충족시키길 원하는 인간 심리를 공략한 점이 비결이다.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제품을 만들면 불경기에도 팔리고, 수요와 공급 원칙에서 벗어난 높은 가격을 붙여도 팔린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볼펜으로 말하자면  ‘몽블랑 볼펜’ 같은 존재로 급부상한 케이크집"이라고 말했다. 

    김경하 대표와 도레도레 케익들 /잡아라잡

    김 대표는 성공 비결을 다섯 가지라고 말했다. 첫째 대형 디저트 프랜차이즈점처럼 케이크에 안정제나 보존제 같은 화학물질을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120년 전통의 프랑스 요리학교 꼬르동 블루·동경제과학교 출신의 파티시에들이 당일 아침 매장에서 만든 케이크를 팔고,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들이 케이크 모양을 꾸민다.

    셋째 벨기에산 초콜릿, 100% 생크림 등 비싼 재료만 쓴다. “35개 매장에서 매일 1만7000ℓ의 생크림을 씁니다. 한국 디저트 가게 중에서 생크림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이 우리 가게들입니다. 소비자가에서 차지하는 재료 원가만 40%, 인건비·임대료 등을 포함하면 90%에 육박하죠”.

    넷째 기존 케이크의 두배 크기로 사이즈를 키웠다. 1단짜리 케이크 중 가장 큰 3호 사이즈 케이크를 8등분해 판다. 보통 3호를 12등분해 판매한다.

    마지막으로 상품의 정의를 바꿨다는 점이다. 케이크를 파는 게 아니라 선물을 판다는 컨셉을 잡았다. “일반인들이 케이크는 자주 선물하지만 가격에 맞춰 사는 경향이 많거든요. 케이크에 이름을 붙여 감성을 불어넣고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꾸몄더니 좋아하시더라고요.” 손님들은 그냥 케이크가아니라 '고마워 케이크' 같은 선물용 상품을 산다.

    ◇ “아르바이트로 직원 월급 지급”

    김 대표는 인천 출신으로 과학고를 나와 연세대 도시공학과에 진학했다. 아버지는 건축시행사 대표, 어머니는 승무원 출신이었다. 맛있는 해외 음식을 좋아하는 어머니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분위기 있는 맛집을 돌아다녔다. “남대문 시장 칼국숫집부터 서울 시내 맛집은 다 찾아다녔습니다. 결국 취미를 직업으로 삼자고 생각했죠.”

    김경하 대표/잡아라잡

    대학 2학년을 마치고 2006년 창업했다. 인천 구월동 상가건물에 브런치를 파는 작은 매장을 열었다. 국가과학장학생 자격으로 나오는 장학금 1000만원, 주식 처분금 3000만원, 7살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차곡차곡 저금한 세뱃돈과 용돈을 포함해 4000만원 정도가 자본금이었다. 아버지는 인천지역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지만 딸을 돕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60)는 통화에서 “나도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빈손으로 성공했다. 내 돈으로 돕지 않고 자립하게 하는 것이 자식 교육 원칙”이라고 했다.

    학교를 마치고 매장에 돌아오면 새벽 2시까지 일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장 일을 살피다가 등교했다. 음식은 요리사를 고용해 만들었다. 그러나 21살 사장이 메뉴개발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다 하기엔 벅찼다. “한 달 매출이 2000~3000만원씩 나왔지만, 인건비와 임대료를 지불하면 적자였어요.”

    대학을 졸업한 2008년부턴 사업에 몰두했지만 적자행진은 끝나지 않았다. 월급 줄 돈이 모자라 “인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해 직원 월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직원 4명이 무더기로 사표를 내는 위기도 있었다.

    당시 아버지는 딸 몰래 매장 문을 잠가버리고 가게를 아예 닫아버리려고 했다. 그는 “어린 딸이 나이 든 직원들을 통제하지 못하는데 안 되겠다 싶었다”며 “지금 와서 보면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당시엔 딸을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부모는 사업을 그만두라고 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하루 8~9시간씩 요리학원에 다니며 기초를 쌓았다. 유명 셰프를 찾아 가르침도 받았다. 그렇게 만든 아이템이 ‘바크 초콜릿’. 견과류가 들어간 납작한 모양의 유럽식 초콜렛이다. “초콜릿 덕분에 매출이 조금 올랐죠. 그러나 근본적으로 디저트를 많이 먹지 않는 인천에 있으면 성공할 수 없겠더라고요.”

    케이크를 스시로 만드는 도레도레 이벤트 /잡아라잡

    ◇ “경쟁자들이 문닫을 때가 오히려 기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 마지막 도박을 걸었다. 지인과 금융권으로부터 2억원을 빌려 경기도 하남에 2호점을 냈다. 부모는 몰랐다. 아버지는 “딸이 몰래 매장을 열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놀랐다”고 했다. 다행히 초콜릿은 안정적으로 팔려 월 매출이 5000만원까지 뛰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케이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아이스크림, 타르트가 뜨고 케이크 가게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오히려 기회였어요. 외식분야에서 선물로 값어치를 갖는 건 케이크밖에 없습니다. 아이스크림이나 타르트는 선물용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경기가 나빠지자 사람들이 ‘작은 사치’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어요. 명품가방을 사서 선물하지는 못하지만 비싼 케이크를 사서 선물하는 사람들은 많아지더군요.”


    케이크로 4M길이 '백두대간 케이크'를 만드는 퍼포먼스 장면 /도레도레 제공


    연구개발 끝에 만든 케이크들은 한 조각에 기본 7000~8000원으로 일반 케이크 가격의 2~3배에 달했다. “가격 때문에 제품 못 만드는 게 싫었습니다. 안 팔리더라도 소신을 밀어붙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소신은 성공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케이크 레시피만 200개가 넘는다. 건강에 좋은 ‘슈퍼 푸드’를 파는 레스토랑과 카페, 제과점으로 브랜드를 확장했다. 매장 인테리어 가구는 도시공학 전공을 살려 직접 디자인한다. 조만간 가구·악세사리로 사업을 넓혀 외식문화기업으로 회사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앞으로 훌륭한 기업가는 20대 초반에서 많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케이크 디자인을 담당하는 유능한 파티시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인데 아이디어가 넘쳐요. 다만 준비하고 창업하세요. 저처럼 무대포로 했다간 진짜 힘들어요. 저도 아직 성공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성공보다 실패에 더 익숙해졌습니다. 계속 성장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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