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 "인터뷰한 범죄자만 1000명 넘죠"

    입력 : 2016.05.31 16:08

    스물다섯 살에 경찰 배지를 처음 달았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 범죄 현장을 수년 간 보면서 그의 머리카락은 일찍 회색으로 변했다.

    과학수사(CSI) 팀에서 범죄자가 남긴 증거물을 수집하던 어느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범죄 행동의 패턴을 분석한다면, 놓친 범인을 반드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권일용(52) 경감은 2000년 ‘국내 1호’ 프로파일러(profiler)’가 됐다.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권일용 경감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조선DB

    권 경감이 최근 맡은 사건은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이다. 피의자 김 모 씨(34)는 조사 과정에서 권 경감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결국 ‘조현병(정신분열증)을 가진 자의 묻지 마 범죄’로 결론 내렸다. “(피의자는) 망상과 편집증으로 사고가 왜곡돼 이유 없는 분노를 표출한 거였어요. 여성 혐오 범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만난 범죄자는 1000명을 넘는다. 대부분 연쇄살인범이나 방화범, 성폭행범 같은 중범죄자다. “피해자와 범죄 현장은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자 답하지 않았다. “만약 한 명이라도 내 인터뷰를 보고 범죄에 도움을 얻는다면 그 죄책감은 씻을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하 일문일답.

    강남역 추모 현장/조선DB

    ◇범죄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다

    ―프로파일러는 어떤 일을 하는가.

    범죄자의 프로필(신상정보)을 밝혀내는 사람이다. 1990년 이전까지 개인적인 원한과 치정, 금전 갈등 등 범죄자의 범행 동기가 비교적 뚜렷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지존파와 막가파 같은 범죄조직이 등장했다. 2000년대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세상을 경악하게 한 연쇄살인 사건이 잇따라발생했다.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범죄가 발생하면서, 피해자 주변 수사를 통해 용의자를 추리기 힘들어졌다. 이후 주목받게 된 게 ‘행동 분석’이다. 피해자가 저항이 없었던 듯 누운채로 사망한 사건을 가정해보자. 강도나 성폭행 흔적도 없이 자고 있는 사람을 공격했다면, 순전히 살인을 목적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런 행동을 재구성하면 범죄자의 성격을 추정할 수 있다. 행동 분석으로 범죄자를 특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검거된 범죄자를 면담해 범죄 유형을 분석하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주된 일이다.

    ―우리나라 프로파일러는 몇 명 정도인가.

    전국에 프로파일러가 25명이다. 지방경찰청별로 나눠 근무하고 있는데, 큰 사건이 나면 전국 지방청에서 필요한 인원이 결합해 팀을 구성한다. 과거 마을회관 독극물 사건 때도 전국에서 프로파일러가 모여 TF팀을 구성했다.강남 화장실 살인사건도 마찬가지다.

    1년 내내 사건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인원으로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언론을 통해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미제 사건을 포함하면 프로파일러가 담당하는 사건이 무수히 많다.

    조선DB

    ―프로파일러로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우리나라는 ’지리적 프로파일링‘이 대부분이었다.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분석해, 경찰력을 집중 투입하는 방식이다. 저인망식으로 범죄자를 잡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프로파일링을 시작하려니 생소하다는 이유로 무시를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에 연쇄살인범이 어디있어‘ ’형사는 발로 뛰어야지‘라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범죄 수사라는 게 어떤 알고리즘을 풀면 정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다. 프로파일링 하는 데 사건 별로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강호순 사건만 해도 2년 넘게 걸렸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다. ‘내가 빨리 범인을 잡아야지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압박감도 심하다.

    ―어떻게 훈련을 하나.

    범죄 현장에 많이 나가보는 게 우선이다. 범죄 현장에서 모은 조각이 모여, 범죄자를 잡을 수 있는 퍼즐이 완성된다. 그 과정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다보면, 부분에만 집착하지 않고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긴다. 어떤 범죄 행동이든지 반드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프로파일러 역할을 맡은 배우 이제훈 /tvN 캡처

    ―어떤 사건이 가장 힘들었는가.

    정남규 사건이다. 그의 잔혹함에 지금도 치가 떨린다. 재판에서 ‘담배를 끊어도 살인은 끊지 못하겠다’고 하는 말까지 했다. 결국 살인 충동을 못 이겨 2009년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범죄자를 심문하나.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죄 없이 희생된 사람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하지만 그 감정을 조절해야 범죄자를 잡아 동기를 물을 수 있다.

    뚜렷한 목표를 정한다. ‘이 범죄자 로부터 최대한 정보를 얻어, 다른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찾겠다’ '제2의,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해야겠다' 이런 목표가 있어야 범죄자를 만나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다.

    ―여자 프로파일러도 많은 것 같은데,

    현재 프로파일러 10명 중 7명이 여자다. 지원을 많이 한다. 지난해 지원자 80여명 중 70% 이상이 여자였다. 아무래도 여자의 섬세한 성격이 프로파일러의 세계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히 면담 과정에서 범죄자의 경계심을 푸는 데 여자가 능숙하다.

    드라마 '시그널' 속 형사 역할을 맡은 김혜수 /tvN 캡처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중요한가.

    연쇄 살인이 늘어나면서, 과학 수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프로파일러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2006년 15명, 2008년 10명, 2015년 6명을 선발했다. 올해는 4명 선발할 예정인데, 현재 25명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경장 특채로 모집한다.

    심리학, 사회학을 전공한 사람이 유리하다. 범죄학 등 관련 전공 석사 이상 학위자가 지원할 수 있다.  관련 학위가 없으면 군이나 검찰 등 수사 기관에서 2년 이상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전형은 1차 구술시험(전문지식), 2차 체력검정(공무원 기준)으로 진행된다.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많은 사람이 프로파일러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너무 의욕을 내면 발을 헛딛을 수 있다. 이런 후배를 보면 꼭 해주는 말이 있다. "네가 로보캅이냐?"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라고 생각하면 조급해진다. '힘들어도 이 길은 나의 길이다'라고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3년 지나면 범죄 현장을 보는 눈이 생기고, 10년 지나면 범죄자의 마음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실력을 쌓는 것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주요기업 입사가이드 바로가기
    입사시험에 나올만한 시사상식 바로가기
    기업 채용 캘린더 바로가기
    상장기업 연봉정보 바로가기
     

    채용 Q&A

    기업에 궁금한 점을 남기면 인사담당자가 선택해 답변해 드립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