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억 25세 청년 "내가 서울대 자퇴 못하는 이유"

6년간 대학을 휴학하거나 학기만 걸어두고 사업을 한 청년이 있다. 모바일 마케팅회사 게임베리의 임형철(25) 대표다. 임 대표는 해외진출을 희망하고는 있지만, 광고와 홍보할 방법을 모르는 애플리케이션 제작 기업 200여개의 해외 마케팅을 돕는다.

서울 강남 교대 인근의 사무실에서 프랑스·네덜란드 출신 마케팅 전문가를 포함해 직원 9명이 일한다. 전 세계 2억회 다운로드를 일으킨 ‘싸이메라’, 1억회 다운로드의 캔디카메라도 게임베리가 해외 마케팅을 맡았다.

지난 2011년 이후 5년간 누적 매출(순이익 30%)이 30억원이다. 작년 11월에는 광고 마케팅 플랫폼 정글(jungggle.com)을 만들었고 올해엔 70억~1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본다. 정글에선 국내외 앱 1000여곳과 미국·일본·유럽·남미의 광고네트워크기업 1000여곳이 만나 광고를 한다.

말하자면 한국의 게임 앱 업체가 영국 광고업체와 계약을 맺고 베너·동영상 같은 광고물을 앱에 올린다. 영국 사용자가 앱을 쓸 땐 영국 광고업체와 계약한 광고를 보여준다. 회사는 거래대금의 5~10%의 수수료를 수익으로 삼는다. 정글에서 만난 광고 앱과 광고네트워크업체 간의 거래대금은 지금까지 16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게임,유틸리티 등 IT쪽 앱기업들은 광고나 마케팅을 할 인력도 없고, 전문성도 없어요. 국내에서도 방법을 잘 모르는데, 해외에 진출할 때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모르죠. 그 간극을 메워주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이기대 이사는 게임베리를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벤처”라고 평가했다.

게임베리는 2014년 미국의 권위 있는 게임 컨퍼런스인 ‘게임 커넥션’(Game connection)의 마케팅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수상 후보자로 함께 오른 기업은 디즈니·맥도날드·닌텐드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글로벌 마케팅사인 ‘더 게임 에이전시’ 와 ‘엔터 스튜디오’였다.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하다. 그러나 게임베리 임 대표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바로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지난 2010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창업 동아리에서 예비창업가들과 어울렸다.

기회가 닿아 쿠팡에 수습사원으로 입사했다. 2010년 1학기만 학교를 다니고 쿠팡에 입사한 2학기부터 휴학했다. 그리고 3개월간 쿠팡에서 받은 월급과 과외로 모든 돈 1500만원으로 게임베리를 창업했다.

임 대표는 “대학을 자퇴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서울대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다. 임 대표의 고민은 무엇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자퇴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다”

2013년 2학기까지 3년간은 휴학을 했다. 자퇴도 고려했다. 그러나 서울대 학력을 그냥 내칠 수 없었다. 해외마케팅이란 일만 보면 고졸, 대졸, 휴학중 어느 것이라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일 이외에 다른 부분에선 서울대 휴학중이란 학력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에서 발주하는 사업에 대표의 학력이 중요하다. 또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벤처인증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벤처 기업 인증을 받으면 3년간 법인세를 50% 감면 받을 수 있다. 거기에다 정부 사업을 입찰 받을 때 가산점을 받는다.

벤처 업계에서는 정부 사업을 수주하거나, 벤처 인증을 받으려면 학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대, 카이스트 등 명문대 출신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술보증기금에서 벤처인증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사업계획서류에는 대학명과 재학·자퇴, 학사·석사 여부를 써내는 난이 있다. 또 정부에서 사업을 외부 스타트업에 맡길 때 요구하는 평가에는 ‘경영자의 능력과 역량’이란 평가요소가 있는데, 학력과 학벌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창업자의 대학과 전공도 중요한 사업 평가요인이라 배제할 수 없다"며 "고졸 창업자는  4~5년간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쌓은 경력이 없다면 기술 전문성에 대한 감점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벤처인증의 경우, 2년마다 재평가를 거쳐 갱신한다. 인증을 받았어도 다음 재평가를 위해 임 대표는 서울대생이란 타이틀을 포기하기 어렵다. 문제는 임대표의 전공인 화학생물공학과 앱 마케팅이 서로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젊은 창업자들처럼 사업 가능성이 보이면 스탠퍼드대, 하버드대를 과감히 자퇴해 버린다. 그러나 한국선 그게 힘들다. 정부 지원사업, 벤처인증처럼 벤처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제도들이 대학을 졸업한 창업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 학교에 등록금만 1000만원 헌납

임 대표는 2013년 2학기까지 3년 휴학한 데 이어 2014년 1년(1·2학기)은 등록금만 내고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2015년엔 창업한 학생이 휴학이 가능한 ‘창업휴학’ 제도가 생겨서 1년간 다시 휴학을 했다. 그러나 1년의 창업휴학 기한마저 끝나면서 2016년부턴 다시 등록금을 낸다.

서울대는 9학점 이하를 들으면 등록금의 50%(10학점 이상은 등록금 전액)를 내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임 대표는 늘 수강신청을 9학점까지만 한다. 그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총 4학기를 다녔지만, 졸업 학점(140점)을 채우려면 갈길이 멀다. 그는 “학교 선배 창업자 중에서는 서른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대학에 등록금을 내고 실제로는 가지 않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그는 요즘 학교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영원히 휴학하며 살 수는 없겠죠. 졸업은 힘듭니다. 그러나 창업에 반대하던 부모님이 요즘은 '대학만은 꼭 졸업하라'고 하십니다."

그는 사업에 학력이 필요한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젊은 창업가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일하도록 환경과 평가 잣대가 변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