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다!" vs "공유경제 차원"

한국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는 1만1000여곳
3~10곳을 운영하는 호스트도 있어
현재까진 불법 운영이 상당수
정부, 부산 등 3개 지역을 대상으로 숙박 공유업 허가할 예정

부산의 한 무역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주모(32)씨는 해외·국내 출장이 잦은 편입니다. 2호선 동백역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17평 짜리 원룸 오피스텔(보증금 500만원, 월세 45만원)에 살고 있는 주씨는 한 달에 일주일 이상 집을 비웁니다. 

그래서 주씨는 지난해 6월부터 장기간 집을 비울 때에 맞춰 자신의 오피스텔을 ‘에어비앤비(Airbnb)’ 객실로 돌리고 있습니다. 주로 외국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3인 기준 12만원에 청소비를 별도로 받는다고 하네요.

이런 방식으로 주씨는 한 달에 월세와 관리비 등을 제하고도 6-70만원 정도(성수기 기준)가 남긴다고 합니다. 주씨는 “성수기엔 부산의 부모님 집에서 자는 경우도 있다”며 “월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고 말합니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남는 방(침대)을 여행자들에게 빌려주고 아침밥을 함께 한다(Airbnb·Air Bed and Breakfast)'는 모토를 내걸고 미국 청년 3명이 창업한 회사입니다.

현지인의 집에 머물면서 현지 생활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는데요. 현지인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비교적 저렴한 비용 덕분에 새로운 숙박 사업 모델로 급부상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주씨처럼 부업으로 에어비앤비를 하는 20-30대 직장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13년 1월 영업을 시작한 한국 에어비앤비에 올라 있는 숙소는 1만1000여곳(2015년 10월 말 기준)에 이릅니다.

에어비앤비에 집을 내놨던 기존 호스트(host·집주인)들이 추가로 집을 얻어 여러 채를 등록하면서 크게 늘었다는 게 숙박업계의 설명입니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라 있는 서울 지역의 '인기 호스트'들은 한 사람이 3~10곳 씩 집을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인 장모(35)씨 부부는 2014년부터 서울역에서 10분 거리(도보 기준)에 있는 18평 오피스텔을 빌려 에어비앤비 객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60만원 정도 인데, 월세와 관리비를 제하고도 월 150만원 정도 번다고 합니다. 장씨는 “아내도 플로리스트 파트타임을 하고 있지만, 3살 짜리 아들의 장래 교육비를 생각해 부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고 말합니다.

◇에어비앤비 종사자 대다수는 사실상 '불법'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사실상 법을 어기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어비앤비 영업은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에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해야 가능한 것인데, 서울시 조사 결과 실제 민박업자로 등록한 경우는 전체의 30%도 안된다고 하네요. 인터넷상에서 숙박 거래가 이루어져 단속 또한 쉽지 않다고 합니다.

민박업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민박업자로 인정받으려면 우선 건축법에서 분류하는 ‘주택’이어야 하며, 신청인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 외국인에 한해 숙박이 가능하며, 화재경보 시스템도 설치해야 합니다.

결국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알짜 부업’을 놓칠 수 없었던 직장인들은 법의 감시망을 피해 에어비앤비를 하고 있는 셈이죠.

◇에어비앤비 관련 책 저자 "내 집이 없어도 된다"

2015년 ‘나는 우리집으로 투잡한다’라는 제목의 에어비엔비 숙박사업 경험을 담은 책을 낸 이창현씨도 그해 9월 에어비앤비에 대한 법원의 불법 판결로 에어비앤비 사업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당시 이씨는 대기업 계열 IT회사를 다니면서 투잡으로 문래동 14평짜리 아파트에서 에어비앤비를 했습니다.

이씨는 에어비앤비를 하기 위해 투자금 200만원(인테리어 비용)만 있으면 한 달에 80~100만원 순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벌이가 괜찮으면서 색다른 일을 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멘토 역할을 했습니다.

1) 월세로 집을 빌리기 : 내 집이 없어도 된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70만원이면 충분하다(서울의 원룸 오피스텔 기준).

2) 집(방) 인테리어 : 인테리어 비용은 200~300만 원 가량 든다. 인테리어 공사가 아닌 홈스타일링을 추진한다. 인테리어 소품을 통해 인테리어를 하면 된다.

3) 게스트에게 집을 빌려주기 : 원룸 1박에 숙박비 60~80달러, 청소비 20~30달러를 받으면 되는데 한 달에 평균 25일 가량 방이 찬다. 비성수기는 20일 정도다. 평상시 성수기는 한 달이 가득 찬다. 청소 및 관리비는 한 달에 약 10~20만원 비용이 발생한다.

이씨는 “법적인 문제가 조만간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법 문제만 풀리면 에어비앤비 사업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직장인의 인기 부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우선 3개 지역 상대로 공유 민반업 허용할 예정

최근 정부도 이 사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2016년 2분기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통해 부산·강원·제주 등 3개 지역에 공유 민박업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2017년에는 새로 제정하는 '숙박업법'을 통해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기존 민박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연간 최대 120일까지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대상 주택은 오피스텔을 제외한 230㎡(약 70평) 이하의 단독·다가구, 아파트, 연립·다세대 주택 등으로 제한키로 했습니다.

‘한국판 에어비앤비’ 도입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 불법영업을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과 제도를 정비해 합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일부에선 오피스텔 등이 에어비앤비로 빠져 나가면 일반 세입자들의 임대료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공유경제 흐름에 맞게 법 개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정부의 향후 결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