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 농협은행이 17일부터 신입사원 원서를 받는다고 15일 발표하자 올해도 어김없이 다른 은행 인사부 직원들이 초긴장 상태다.
보통 기업 인사부 직원들은 합격자 발표 후 바짝 긴장한다. 애써 뽑은 합격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탈해 버리면 채용 전략이나 잘차가 잘못됐다는 질책을 듣기 때문이다. 우수한 지원자들은 중복 합격을 하는 경우가 많다. 중복 합격자들은 연봉, 복지,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가장 좋은 곳으로 간다.
은행권 입사 희망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곳이 바로 NH 농협은행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농협과 다른 은행 중복 합격자들은 대부분 농협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른 은행 인사부 직원들이 NH농협 신입사원 채용 일정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이번에도 농협에 우수 인재를 뺏겼다는 질책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 농협이 이달 17일부터 원서를 받아 10월 25일 필기전형을 실시한다.
NH농협은행은 업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작고 구조조정 없어 안정적인 회사로 유명하다. 물론 회사는 “그런 편견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과 유통 사업이 혼재돼 있던 농협은 2012년 사업을 분리해 NH농협은행을 따로 독립시켰다. “이후엔 그 어떤 은행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재상도 변화했다. 과거 조직 융화형 인재를 선호했다면, 지금은 영업을 잘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인재를 선호한다. 농협은행 인사 담당자는 인터뷰 내내 ‘마케팅’이란 단어를 반복했다. 이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농협은행 취업문을 뚫을 수 있다.
하반기 350명 선발 예정
올 상반기 294명을 선발한 농협은행은 하반기 350명을 뽑을 예정이다. 농협은 신입직원을 5급과 6급으로 나눠 뽑는다. 5급은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데, 주로 본점과 수도권에서 근무하게 된다. 6급은 각 도(道) 별로 지역 단위 채용을 한다. 입사 후엔 주로 해당 지역 내에서 근무하며 4년 근무 후 5급으로 자동 승진한다. 김명수 농협은행 인사기획팀 과장은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인재 확보를 위해 별도로 6급 채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하반기 5급 150명, 6급 2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학력 제한은 없지만 5급·6급 모두 대부분 4년제 대학 졸업자들이 뽑힌다.
서류 전형 : 온라인 인적성평가 실시
농협의 채용 절차는 서류, 필기, 면접 3단계다. 농협은 임원 면접 없이 실무자 면접만 실시한다. 또 서류 전형 단계에서 온라인 인적성평가를 본다는 것이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다.
농협은 학력·연령·전공 등에 따로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하고 있다. 김명수 과장은 “농협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펙은 인성과 마케팅 역량”이라고 했다. 지원서엔 출신 학교, 학과, 학점을 기입해야 한다. 어학점수는 이번 채용부터 기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농협 역시 서류 전형에서 자기 소개서 비중이 절대적이다. 자기 소개서 문항은 약술형과 서술형으로 나뉜다. 약술형 문항은 5~6가지다. 지원자의 성격, 장단점, 취미, 특기, 소중하게 생각하는 3가지, 가장 큰 성취 3가지 등을 각 100자 이내로 쓰는 것이다.
서술형은 2~3가지 항목이 나오는데 5급 지원자는 각 700자, 6급 지원자는 각 500자 이내로 쓴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농협은행의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입사 후 어떤 비전을 갖고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희망하는 근무 지역이나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설명하고, 일을 잘 하기 위한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등의 문항이 제시됐다. 김명수 과장은 “면접 단계에서 자기소개서 내용을 자세하게 검증하니 허위 작성은 물론 과장을 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농협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농협 입사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적극 피력하는 데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 입사에 대한 열망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런 내용으로 자소서를 채우는 게 감점 요인이 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농협은 간절한 사람일수록 입사 후 일을 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 과장은 “잘된 자소서란 은행 직무와 관련있는 경험을 제시한 뒤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를 쓰면서 입사 후 어떤 일을 할 계획이고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를 담는 것”이라며 “여기에 입사에 대한 간절한 마음과 그 이유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방대 출신의 김나현(24·가명)씨는 학벌·어학점수 등 스펙은 부족했지만 간절한 마음을 잘 어필해 서류 통과는 물론 최종 합격에도 성공했다. 김 씨는 농협 입사를 위해 농협은행 주요 현황, 계통조직 등을 공부했고, 인근 농협은행 지점을 방문해 선배 행원으로부터 조언도 들었다. 이런 준비 과정을 잘 서술한 게 서류 통과의 비결이었다.
서류 제출을 마친 후엔 온라인으로 인적성평가를 봐야 한다. 서류 제출 기간이 끝난 후 이틀의 시간을 주는데, 본인 편한 시간에 농협은행 채용 홈페이지에 접속해 인적성평가를 보면 된다. 인적성검사 문제는 예를 들어 ‘나는 적극적이다’란 문항에 예 또는 아니오를 기입하는 식이다. 문항 숫자는 총 120개다.
김 과장은 “개인의 성격과 특성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원자의 인성, 가치관, 동기, 흥미 등을 파악하기 위해 온라인 인적성평가를 실시한다”며 “평소 모습대로 솔직하게 응답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에서 농협 인재상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 사람은 서류 전형을 통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자신의 성향과 다르게 거짓된 답변을 해선 안된다. 2차 전형에서 다른 문항으로 인적성 평가를 또 한번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평가 결과와 온라인 평가 결과의 응답 일치도를 살펴 어긋나는 사람은 탈락시킨다. 두 번의 인적성평가에서 성격이 다른 것으로 나오는 사람을 떨어트리는 것이다. 잘 보이기 위해 거짓되거나 과장된 응답을 하면 응답 일치도에서 괴리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농협 측 설명이다. 김 과장은 “농협이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여러 유형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선호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뒤 이에 맞는 답을 할 필요는 없다”며 “솔직하게 답변하면 된다”고 했다.
필기 전형 : 논술 답변에 농협 관련 내용 포함해야
서류를 통과하면 2차로 필기시험을 치른다. 필기 전형은 인·적성평가, 직무능력평가, 논술평가를 구성돼 있다. 우선 인·적성 평가는 345문항이 출제되며, 유형은 온라인 인·적성 평가와 유사하다. 많은 문항의 답변을 통해 온라인 인·적성평가 응답의 솔직성을 평가한다. 김 과장은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좋은 인성과 마케팅 역량’이란 농협은행의 인재상에 맞지 않는 것으로 나온 사람은 탈락한다”고 설명했다.
직무능력평가는 개인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언어, 수리, 창의력, 상황판단력, 계산력, 추리력 등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아이큐테스트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문항은 120개 내외로, 시중에 농협은행 시험 기출문제집이 나와 있으니 풀어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농협 측은 “단기간의 연습만으로 쉽게 향상시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평소 학업을 통해 잠재력을 향상 시켜야 한다”고 했다.
논술평가는 논리성, 창의성, 전문성 등 종합사고능력평가를 목적으로 한다. 일반주제(시사,인문,역사)에서 1문항이 나오고, 금융상식에서 제시되는 2문항 중 1문항을 선택해 서술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총 2개 문항을 풀이한다. 시간 제한은 1시간이다.
작년의 경우 일반주제에서 ‘기업경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소통이 강조되고 있는데 그 이유와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서술하라’란 문항이 나왔다. 또 금융상식에선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원인과 대응방향에 대해 서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서술 내용에 농협은행과 관련된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환율 문제라면 ‘농협이 해외 어느 곳에 자산을 두고 있는데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어떤 헤지 전략을 쓰는 게 좋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식이다. 김 과장은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농협은행의 실제 사례를 풀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소통 문제에 그간 농협은행이 해온 소통 강화 노력을 써주는 식이다.
농협 측은 또 “전문적인 지식을 묻기보다는 평소 신문에서 접할 수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 및 업무수행에 필요한 자질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며 “평소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합리적으로 풀어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면접 전형 : 지점 창구 상담 역할극 실시
평소 소극적인 성격의 명문대 출신 김성진(26·가명)씨는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농협은행 입사를 목표로 여러 가지 준비를 했지만 면접 단계에서 탈락했다. 지원 동기부터 잘못됐다. 농협은 ‘편한 직장’이란 편견을 갖고 소극적인 자신에게 어울릴 것이란 생각으로 지원한 것이다. 그러면서 면접 단계에서도 착해 보이는 데만 신경을 썼다. 결국 영업을 잘 못할 것이란 평가 속에 탈락하고 말았다.
필기 전형을 통과하면 3차로 면접을 치른다. 임원 면접 없이 실무자 면접만 실시된다. 면접 전형은 집단면접, 토론면접, RP(역할극)면접으로 구성되며, IT분야의 경우 RP면접이 PT면접으로 대체 된다. 면접 전형의 목적은 지원자의 인성과 마케팅 능력을 검증하는 데 있다.
집단면접은 지원자 5~6명이 한 조가 돼 5명의 면접위원과 질의응답을 하는 다(多):다(多) 면접으로 실시된다. 자기소개서 검증, 과거 경험에 대한 질문, 가치관 설명 등으로 이뤄진다. 이때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어떤 질문이건 답변 내용을 은행 직무와 연관시켜야 한다. ‘가장 보람있었던 일’이란 질문을 받을 경우 해당 경험이 좋은 은행원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말을 끝에 덧붙이는 식이다. 김 과장은 “은행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진솔하게 얘기하면 좋다”고 했다. 집단면접 시간은 50분 정도로 개인 마다 10분 내외 시간이 할당된다.
토론면접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의견 조율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의사소통 능력과 배려심, 설득력, 협동심 등을 평가한다. 농협은행의 토론면접에선 상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많이 하면 오히려 감점을 받을 수 있다. 본인 의견은 간결하게 핵심만 말하면서, 토론 전체 결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작년의 경우 ‘체외 수정을 할 경우 아이의 성별을 선택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허용해야 하는가’란 문제가 나왔다.
RP면접은 일종의 역할극이다. 지원자는 무대에서 금융점포의 창구직원 역할을 연기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마케팅 역량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검증 한다. 주요 내용과 준비 사항은 채용공고 때 사전 공개된다. 금융상품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 은행직원들의 고객 응대 및 상담기술에 대해 연습할 필요가 있다. 고객 역할을 하는 사람은 직원 또는 연기자다. 블랙컨슈머가 찾아오는 등 상황 별로 응대하면 된다. 금융상품 안내장을 갖고 들어가 연기하는 것도 허용된다. 상황에 대한 설명 내용이 면접 시작 20분 전에 따로 주어진다.
이런 면접까지 통과하면 농협은행 신입직원 자격으로 사원증을 손에 쥘 수 있다. 농협 측은 “도덕성, 정직성 같은 기본 인성 외에 성실성, 마케팅 능력 등 다양한 가치를 면접 과정에서 선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취업 가이드는 조선닷컴 미생탈출 AtoZ 시리즈와 페이스북 잡아라잡(www.facebook.com/jobarajob)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농협은행 직원들이 생각하는 회사의 장점과 단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