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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삼류로 꼽히는 분야입니다.
정치의 현장을 취재하는 정치부 기자. “우리도 못지 않은 삼류일까?”, “우리가 삼류를 더욱 삼류로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을 아직도 하고 있는, 정치부에서 불과 1년을 지낸 기자입니다.
정치부 경험이 짧기 때문에 제가 정치부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데 여러가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십년 넘게 정치부 생활을 해온 선배들이 수두룩하지만, 굳이 저에게 정치부에 대한 소개를 맡긴 것은 아마 ‘참신한’ 시각을 보여달라는 것이 아닐까요. 참신한지 아닌지는 글 말미에서나 평가해주십시오.
정치 현장의 8할은 ‘말’입니다. 정치개혁,정당개혁,물갈이,세대교체론,정부혁신,국민통합 등 온갖 현란한 ‘수사(修辭·rethoric)’들이 이 곳에서 떠돌아다니며, 정치부 기자들은 이 말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체화되며, 어떤 이해관계 속에 변화되고 발전하는지 추적하는 사람들입니다. 너무 뜬 구름 잡는 식으로 설명했나요? 좀 현실적으로 보여드리죠.
정치인들이 매일매일 숱하게 내뱉는 말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기자들의 첫번째 일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현란한 언어를 구사하는 취재원은 기사를 만드는
데는 도움될지 모르겠지만, 이를 매일 기록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피곤한 취재원입니다. 그러나 ‘말할 수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문 정치인을 취재하는 일은 더욱 힘듭니다. 정치부 기자들은 정치인들의 말 속에서 1차적인 재료를 찾습니다. 말은 청와대와 정당, 국회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치인의 집에서 식당에서 때론 인터넷에 떠 돌아다니다 정치부 기자에 의해 ‘재료’로 선택됩니다. 싱싱하고 선도 높은 재료를 많이 가져오기 위해서 기자들은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더 많은 곳을 찾아 다녀야 합니다. 한마디로 피곤한 일입니다.
이후에는 이 말들이 어떤 맥락(context)에서 나왔고,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어떻게 정책으로 현실화되어서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킬 지 분석해야 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정치부는 현장의 기자들이 가져온 재료들을 데스크와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뒤 ‘기사계획’을 만듭니다. 기자들이 가져온 재료가 부실하다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인고(忍苦)의 시간 속에서 회의를 합니다. 이렇게 공정을 거친 기사들은 다음날 정치인들에 의해 또 다른 ‘말’을 낳고, 그 ‘말’들이 쌓이고 변해 새로운 정치적 변화나 정책이 되며, 연쇄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은 대통령부터 국회의원까지 “언론이 내 말을 내 뜻대로 적어주지 않는다”며 불평을 합니다. 그렇게 물어온다면 저는 “그럼 사람을 원한다면 훌륭한 속기사를 채용하세요”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요즘 들어 이런 불평을 늘어 놓은 사람들이 즐겨쓰는 말이 ‘오보에 대한 대응’입니다. 정확하게 정치인들의 말을 인용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정치부 기자가 기사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독자’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가 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못지 않게,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을 해서 독자들이 정치현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정치부 기자들의 몫입니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들이 이런 ‘정보’를 독자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취재하는 곳은 다양합니다. 청와대와 국회, 정당, 총리실,통일부,외교부,감사원,선관위 정부부처 등입니다.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정치세력으로 떠오른 NGO와 풀뿌리 정치를 구현하고 있는 각 지구당, 정치이론을 생산하는 학계도 정치부 기자들의 취재영역입니다.
모두가 정치에 대해 욕을 하면서도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입에 거품을 물고 강조합니다. 국민들의 희망이 정치라는 매커니즘 속에서 절망이나 냉소로 바뀌지 않기 위해, 저희 정치부 기자들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젊고 패기있는 여러분과 함께라면 더욱 힘이 나지 않겠습니까?
(정우상·정치부기자 imagin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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